[110201] 공립스쿨링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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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솔교사 작성일11-02-01 19:32 조회984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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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아이들은 아침부터 뭘 먹고 있거나 밖에서 놀고 있거나 하는데 오늘은 뭔가 덜 시끄러운 느낌이 들더군요. 공을 가지고 놀면 공 소리 때문에 시끄러운데, 뭔가 이상하게 조용한데다가 두 녀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디를 갔냐고 하니 테니스장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ㅎㅎ;
그래서 가보니 정말 인규와 현유가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습니다. 참... 이런 건 어디서 이렇게 찾아가지고 가지고 노는 것인지...ㅎㅎ; 아이들에게는 장난감, 음식, 이런 것을 찾는 레이다가 있는 게 아닐까요?ㅋ
오늘 하루는 정말 유난히 정신이 없었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이 아이들이 정규수업에 들어가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었는데, 이제는 정규수업을 들어가는 것이 딱 맞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긴장도 너무 많이 풀어졌고, 아이들끼리 너무 친해져서 수업시간에 잡담도 늘고, 이제는 뭘 하라고 그러면 굉장히 귀찮아 하기도 하거든요.ㅎㅎ; 그래서 이대로 계속 가면 오히려 영어실력은 정체될 것 같고, 서로의 소중함도 못 느낄 것 같고, 뉴질랜드까지 왔는데 한국아이들 하고만 친해질 것 같기도 하고, 등등의 이유로 지난 2주간의 시간은 정규수업 들어가기 전 준비기간으로 딱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오늘은 정말 말을 안 듣길래 제가 아이들에게 "너희들 오늘 정말 왜 이러니?" 물어봤더니 대답이 가관이더군요. --> "오늘이 그럴 수 있는 마지막 날이잖아요."
말이나 못하면....ㅎㅎ; 어쩌면 이 모든 것은, 내일부터 들어가야 할 정규수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스트레스 때문에 표출된 반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수업은 설날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설날에 하는 일, 먹는 음식, 토끼해, 놀이, 등등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중에 신년카드를 만드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시작은 '엄마 아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로 시작해서 결국 끝은 'XXX가 먹고 싶어요'로 마치더라구요. 하하....
인규가 쓴 내용은 앨범에 있습니다. 보낼까 하다가 사진으로 올려달라고 하여 올렸습니다. 인규가 그림으로 표현을 잘 하더군요.ㅎㅎ 한복입은 인상파 토끼 그림에 떡국 그림이 있죠. 안에 내용은 읽어보시면 아시겠고, 오른쪽에 한국음식이 그리워 좌절한 자신의 모습과 함께 갈비, 백김치, 닭발을 함께 그렸습니다.ㅎㅎ;
소담이도 내용을 올려달라 하여 앨범에 올렸습니다. 아빠에겐 고슴도치를 부탁한다는 얘기, 그리고 엄마에겐 한국음식이 그립지 않다는 내용이 있답니당...ㅎㅎ; 소담이와 예슬이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한국음식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이 느낌함과 단 것에 질릴 때가 됐는데 말이죵...ㅎㅎ; 하기야, 이 아이들은 여기서도 가리는 게 많긴 합니다.^^;
영관이는 카드 두 장을 알차게 써서 선생님께 봉투까지 얻어 오늘 도서관 갔을 때 시내에서 우표까지 사서 부친다고 하더라구요. 앨범에서 영관이가 땅바닥에 앉아 뭘 하고 있나 하셨을 텐데, 그때 봉투에 주소쓰고 우표 붙이고 있던 거였습니다.ㅎㅎ 장난도 잘 치고 씩씩하고 무뚝뚝해 보이는 녀석인데 이럴 때 보면 참 효자 같아 보입니다.^^
태욱이는 항상 행복해하는 아이이긴 하지만 한국음식이 먹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ㅋ 쓰는 내용이 다 음식이더라구요. 갈비, 족발, 불닭 등등 여러가지를 잔뜩 써놨던데.... 분명히 신년카드를 쓰라고 그랬는데 왜 먹고 싶은 음식만 잔뜩 쓸까요?ㅎㅎ 수업 시간에는 흥분한 나머지 전에 배웠던 내용에 있던 한국음식 사진을 보며 괴로워하더라구요. 자기 집 바로 앞에 한국수퍼마켓 있다며 자랑하던데... 거기서 살 수 없는 것들이 먹고 싶은 걸까요?ㅋ
현유도 뭐 마찬가지였습니다.ㅎㅎ;; 수업시간에 떡국 얘기를 할 때부터 이성을 잃기 시작하더니 계속 먹고 싶은 음식 얘기만 합니다. 그래도 카드를 만들 때는 사뭇 진지하게 만들었습니다. 앨범에서 흰 종이에 연두색 가방을 멘 토끼를 직접 그린 것이 현유의 카드입니다. 항상 어린애 같기만 한 현유인데 미술에 관계된 것을 할 때면 형들보다 더 집중하고 꼼꼼하게 해서 더 큰 아이 같답니다.
현동이꺼도 제가 슬쩍 봤는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여기는 모든 것이 너무 좋아요. 하지만 한국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요. 1. 갈비 2. 삼겹살 3. 불고기....... ' 정확한 음식 이름이 뭐였는지는 모르지만 이런식으로 번호까지 매겨가면서 말이죠......ㅎㅎ; 아니, 현동이네 호스트맘은 도시락으로 김밥도 싸주고 집에서 라면도 끓여주는데.... 저번엔 한국수퍼마켓 가서 뭔가를 잔뜩 샀다 그러던데... 뭐가 그렇게 먹고 싶은 걸까요....ㅎㅎ;
아이들이 모두 카드를 썼고,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이 담긴 스크랩북과 함께 가져갈 예정입니다. 기껏 써놓고 버리겠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고 가져가기 싫다고 그러는 아이들도 있는데, 통화하시면 버리지 말고 꼭!!! 가져오라고 말씀하세요.ㅎㅎ 내용이 참 재밌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사뭇 진지하게 쓰기도 했더라구요.
우리 아현이는 먹성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ㅎㅎ; 오전 쉬는 시간에 아현이의 도시락통을 보니 작은 과일 하나와 떠먹는 요거트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더군요. 저는 제 눈을 의심할 수 없어서 '아현이 샌드위치 벌써 다 먹은 거니?' 하고 물어보자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음... 그럼 점심엔 뭘 먹으려고...???ㅎㅎ;
뭐... 저도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땐 도시락은 미리 까먹고 점심땐 매점에 가서 빵을 사먹곤 하긴 했지만요...ㅋㅋ 그래도 초등학교 다닐 땐 도시락 까먹는 건 상상도 못했었는데... 세상이 변하긴 변했나 봅니다..ㅎㅎ;
앨범에 뜬금없이 '소영아 생축'이라고 씌여 있는 것은 뭔가 하셨을 겁니다. 아이들이 제가 매일 앨범과 다이어리를 올린다는 것을 알고 이제는 뭔가 메시지를 올리기를 요구를 합니다.ㅎㅎ; 이것은 지영이의 부탁이었습니다. 오늘 베프의 생일이라며 우울해 하더니 칠판에 이걸 쓰고는 저에게 올려달라고 하더군요. 지영이 친구가 이 글도 본다면 지영이가 오늘 선물도 산 것 같으니 오늘 함께 있지 못하더라도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군요.^^
예슬이는 맨날 동생들에게 당하고 있습니다.ㅎㅎ; 예슬이가 하는 행동 중 좀 특별한 것이 몇가지 있는데,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여러번 끄덕입니다. 또 한가지는 약이 오르면 발을 동동 구릅니다. 소담이는 언니가 귀여운 척을 한다며 싫어하는데 제가 볼 땐 좀 귀엽긴 합니다.ㅋㅋ 남자아이들이 누나들이 아무래도 더 편한지 동생이나 동갑인 아이들에겐 말도 잘 안 거는데 예슬이나 지영이에게는 장난을 좀 많이 치죠. 그런데 예슬이는 아주 약올라하니까 애들이 더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예슬이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글로 표현되는 영어보다 회화에 더 강하답니다.ㅎㅎ 말은 정말 잘하는데 가끔씩 예슬이의 어휘력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ㅋ
그리고 우리 똑똑한 모범생 연지에게 구멍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pictionary 게임을 하면서 밝혀진 것인데, 온갖 어려운 단어는 다 알고 있는 아이가 오히려 쉬운 단어를 잘 모르는 것입니다. 게임을 하면서 bronze, suit 같은 기본적인 단어를 몰라서 우리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 외에 다른 단어들은 답을 듣고나면 알았는데, 저 두 단어는 답을 듣고서도 처음 본 단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오늘 시험을 해봤습니다. 역시나...ㅎㅎ 굴뚝, 벽난로, 새싹, 버드나무, 걸레, 빗자루..... 기본 단어들을 잘 모르더라구요. 그러면서 '선생님 심혈관계 알아요?' '재생의학은 알아요?' 그러면서 의학전문 용어들... 심지어 한국말로 들어도 뭔지 모르는 단어들을 아냐고 그러더라구요.ㅎㅎ; 심지어 '매개체'에 해당하는 단어는 매개체의 뜻도 모르면서 외웠다고 하여 제가 뜻을 가르쳐줬습니다.
정말 연지는 알면 알수록 알 수 없는 아이입니다.ㅎㅎ
오늘은 도서관을 갔다 왔습니다. 사진 보시면서 아이들이 뭘 저렇게 열심히 하나 싶으셨을텐데, 그것은 바로 숙제가 있었기 때문이었죠.ㅎㅎ 그중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세계 각국의 언어로 '환영합니다'라고 씌여 있는 포스터들이었습니다. 저희는 한국 것만 찾아서 사진을 찍었는데, 그 주변에 다른 언어로 된 똑같은 포스터들이 있었죠. 숙제라도 있었으니 도서관을 구석 구석 찾아다녔지, 아녔으면 이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과연 무엇을 했을까 싶습니다.ㅎㅎ;
도서관 견학 후 자유시간을 줬더니 역시 먹는 곳으로 먼저 향하더군요. 예슬이와 지영이는 가장 먼저 먹기 시작하긴 했지만 이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으로 끝났고 쇼핑을 하러 갔고, 영관, 인규, 현유는 도서관 근처의 아시아 음식을 파는 곳을 발견하여 자리를 잡고 앉더라구요. 저는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그 앞을 지나쳐 가려는 소담, 아현, 연지를 발견하여 불렀더니 이 아이들은 자기들 머리만한 케밥 비슷한 것을 먹고 있더라구요. 태욱이와 현동이도 같은 것을 사 먹었다고 하구요. 앨범에 사진이 하나 있는데, 연지가 먹은 게 한 반 정도 먹은 겁니다. 아현이는.... 음.... 이미 다 먹은 뒤였습니다.ㅎㅎ; 점심을 오전에 다 먹어버렸으니 배가 고플 만도 하지요.ㅋ
내일은 또 새로운 시작입니다. 물론 걱정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지 아이들 사귀어서 같이 노는 것을 보니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아이들이 다들 흩어져서 수업을 받게 되면 제가 더 바빠지겠지요.ㅎㅎ; 사진 많이 찍어서 올려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제가 오히려 긴장이 됩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아이들이 해온 것을 보고, 간혹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아서 물어보면 10에 10명 모두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도 없는 것을 보면 어른들의 걱정과는 달리 잘 할 것도 같습니다.
아! 그리고 Sharon 선생님이 ESL수업이 아닌 정규수업 시간에도 무보수로 아이들을 도와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참 아이들을 많이 사랑하고 계신답니다.^^ 아이들이 걱정이 되신다며 도와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의 이런 마음을 아이들도 알면 참 좋을텐데요....ㅎㅎ
그럼 오늘은 이렇게 마무리하고 내일도 재미있는 소식 가지고 뵙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댓글목록
김태욱님의 댓글
회원명: 김태욱(twkim) 작성일모두 긴장되는 밤이군요.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내일에 대한 기대, 설렘과 불안함 등 복잡한 심경이겠군요. 저희들도 마찬가지로 함께 느낍니다. 내일부터 설연휴로 접어듭니다. 멀리 타국에서 설을 맞이하시는 선생님, 우리아이들 모두에게 사랑을 보냅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양아현님의 댓글
회원명: 양아현(kelly990612) 작성일오늘은 앨범을 먼저보고 다이어리로 와서 선생님 글을 읽었는데 다시 앨범으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고 사진을 보면 아이들의 하루 일과가 더 생생하게 느껴 질 것 같아요. 아이들 하나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선생님께서 얼마나 아이들에게 애정을 갖고 계신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아현이 소식에 파안대소 하였습니다. 아현이 먹성이 그 곳 음식에 적응하면서 예전의 먹성으로 돌아가고 있는 듯 합니다.아현이에게 엄마가 무지하게 걱정하고 있다고 전해 주셔요..ㅎㅎ 우리 아현이 살쪄서 귀국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 크네요.. 선생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아이들로 걱정이 크실텐데 걱정을 덜어 드리진 못하고 맘만 함께 합니다.
정영관님의 댓글
회원명: 정영관(jyg98) 작성일
영관이가 처음과 달리 잘지내는것같아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다 쌤 덕분이죠....
내일부터는 더 새로운 생활이 되겠네요.낮에 통화 했는데 영관이도 걱정이 되긴하는가보더라구요.
지금까지처럼 잘할수 있다고 믿을래요. sharon선생님은 인상만큼 친절하시네요. 아이들도 선생님의 고마움을 알겠죠. 여러 선생님들이 도와주시니 내일도 화이팅!!! 멀리 여기서도 응원할게요
인솔교사님의 댓글
회원명: 1161102pdh(9) 작성일오늘의 그 혼란에 빠진 아이들의 모습을 곧 올려드리겠습니다. 물론, 걱정되시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아이들이 어제까진 고삐 풀린 망아지였다가 이젠 다시 묶였답니다. 아이들이 전체적으로 잘 먹고 있긴 한데, 그래도 몇달씩 있는 건 아니니까 한창 크는 아이들이라 괜찮지 않을까..... 하는데..... 아니면 어떡하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