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전형적인 뉴질랜드 날씨로 돌아왔습니다 – 아침에 흐렸다가 갑자기 바람이 불더니 비가 오고 추워지다가 갑자기 맑아져서 따가운 햇살이 내리 쬐다가 다시 흐려졌다가 또 맑아졌다…ㅎㅎ
Room 21, 22, 23 아이들은(즉, 태욱, 지영, 예슬, 영관) 그 비가 오는데 수영을 했었답니다. 가장 추울 때 수영을 한 것이지요. 저는 너무 추워서 당연히 안 했을 줄 알았는데 선생님께서 너네 수영할래, 그냥 수업할래? 물어보자 대부분의 아이들이 수영을 하자고 그랬답니다.ㅋ 공부하기 싫어하는 것은 한국 아이들이나 여기 아이들이나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ㅎㅎ
야외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날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웬만하면 수영을 한다고 하더라구요. 5주였나 6주였나… 암튼 공식적으로 ‘여름’일 때만 수영을 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해야 한다고 선생님께서 그러셨습니다. 이 정도는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예전에 비하면 학생 수도 훨씬 줄어 들었고, 우리나라 여름은 또 훨씬 더우니까 초등학교 때 수영을 이런 식으로 배워 놓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렇게 생긴 야외 수영장은 큰 돈 들이지 않아도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말이죠. 뭐 그렇게 ‘생각만’ 해봤습니다.ㅎㅎ
현유네 반은 오전에 예의범절에 대해 배우더군요. 맨 첫 사진이 바로 그 내용입니다. 정리정돈 잘하고, 남을 생각할 줄 알고, 정직하고, 성실하고, 친구를 사귀라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여기서는 정말 인성교육을 중요시합니다. 그래서 유치원 과정부터 정규 학교에 들어가고, 8년 동안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지식적인 것보다는 아이들이 갖추어야 할 가치, 태도, 자신감 등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혔거나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하지 못할 때, 버릇 없이 굴 때는 정말 가차없이 혼나지만, 뭔가를 틀렸다고 해서 면박을 주는 일은 절대 없고, 누군가를 비웃다가는 크게 혼납니다. 교과과정의 수준이 크게 낮은 듯 하여 우리 아이들이 ‘얘네들은 저런 것도 모르냐…’고 말하기 일쑤이지만, 솔직히 저도 처음엔 좀 적응이 안 되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맞는 것도 같습니다. 머리는 나이를 좀 더 먹으면서 더 잘 돌아가는데 굳이 아직 어릴 때 많은 것을 주입시킬 필요가 있을까. 여기 사람들도 대학까지 졸업하고 나면 다 똑똑한 사람이 되는 것을 보면 이런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뭐 이런 생각들을 하곤 합니다.
오늘 Room 21, 22, 23을 들어가봤습니다. 그렇게 선생님 말이 빠르다고 그러더니 그렇게 빠르지도 않더군요. 자기들이 못 알아 듣고서는 말이 빠르다고 그러고 말이죠…ㅎㅎ 그래도 처음 들어갔을 때보다는 귀가 좀 트인 것 같습니다. 전에는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그러더니 이제는 조금은 알아듣겠다고 하거든요.
제가 ‘선생님 말 별로 안 빠른데?’ 그랬더니 태욱이 왈… ‘처음엔 되게 빨랐어요….’ 하하… 빠르게 느껴졌던 것이겠지, 이 녀석아…ㅎㅎ;
아무래도 수업시간에는 뭔가 전문용어들이 나오니까 잘 못 알아들었던 것 같습니다.
지영이와 태욱이 반은 제가 들어갔을 때 수학시간이었는데, 뭐, 기본적으로 4칙연산이긴 한데…. 모두 자연수이고 암산으로 가능한 것들이었죠… 제가 사진도 찍어놨는데…ㅎㅎ; 음.. 한국으로 따지자면 2~3학년 수준이랄까요? 거기에 각종 단위들을 배우려고 하더군요.
그 다음으로는 영관이 반에 들어갔습니다. 점심시간 후에 각자 책을 읽는 시간이었는데, 태욱, 지영이네 반은 정말 수업태도가 좋은 것이었습니다! 전에 Sharon 선생님이 뉴질랜드 아이들이 더 말 안 듣는다고 했던 말이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죠.ㅎㅎ 물론, 모든 아이들이 그러는 건 아니지만 단 몇 명의 아이들 때문에 분위기가 흐려지긴 하죠.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으라는 것이 요구하는 모든 것인데, 만화책 읽어도 되냐고 묻는 아이, 떠드는 아이, 낙서만 하고 있는 아이, 이리 저리 돌아다니는 아이 등… 선생님께서 몇 번이나 뭐라고 해서 겨우 모든 아이들이 제 자리에 앉아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영관이는 아~주 얌전하더군요. ESL시간에도 좀 그러면 참 좋을텐데요.^^;
그리고 예슬이네 반에 갔습니다. 예슬이네 반도 수학을 했습니다. 예슬이는 문제가 다 초딩 수준이라며 매우 심심해하더군요. 문제 자체만 보지 말고 선생님이 뭐라고 하시는 지를 들어보라고 충고를 해줬습니다. 문제가 쉽긴 아주 쉬웠습니다. 가장 쉬운 문제는 19-8=? 0x1=? 같은 문제였고 가장 어려운 문제는 12x12=? 정도였죠.ㅎㅎ; 심지어 그 답이 어떻게 나오는 지까지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시더군요. 우리 아이들이 수학을 잘하는 것까지는 좋긴 한데, 안다고 해서 설명을 제대로 듣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물론 답은 알지만 우리 아이들이 여기서 굳이 수학을 배울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영어로 하는 설명을 잘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죠. 음… 적어도 저는 그런 설명이 재밌게 느껴지던데… 결과 못지 않게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을 아이들이 배울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사진에 항상 나오는 그 세 남자아이들을 기억하십니까? 예슬이네 반 아이들인데 아이들이 좀 많이 유치하답니다.ㅎㅎ; 나쁜 아이들은 절대 아닌데 그냥 많이 유치한 것 같습니다. 항상 장난을 치고 하긴 하지만 오늘은 좀 약간 도가 지나쳤죠. 아이들이 바지를 엉덩이까지 내리고(속옷은 입은 채로!ㅎㅎ) 정말 ‘초딩’처럼 굴더군요. 그래서 제가 바지 올리라고 소리까지 질렀습니다. 그래도 장난이 멈추지 않아서 너희들 계속 그러면 다시는 사진 안 찍어준다고 협박(?)했죠.ㅎㅎ; 그래서 일단 더 이상의 한심한 장난은 일어나지 않았는데 그걸 다른 선생님이 보신 모양입니다. 그래서 제가 예슬이네 반에 갔다 나오는 길에 선생님께서 저를 부르시더니 그런 일이 있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그 아이들을 불러서 저에게 사과를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아까 그렇게 장난치던 아이들이 웃음기 싹 가셔서는 정말 진심으로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귀여워서 웃을 뻔 했지 뭡니까. 일단 아이들은 교실로 돌아가고 선생님께서 다시 한번 사과를 하시면서 우리 어렸을 때였으면 뺨 맞았을 일이라고 하시더군요. 하하… 어딜 가나 어른들의 마음은 같은 것 같습니다.ㅎㅎ 예슬이보고 친하게 지내라고 했었는데, 애들 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유치해서 그냥 구경만 하라고 해야겠습니다.
드디어 예슬이와 지영이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사마야라는 여자아이와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계속 구경만 하길래 데리고 그 아이 앞으로 가서 얘들이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고, 그런데 좀 부끄러워한다고 얘기를 해줬습니다. 그 아이도 참 못지 않게 숫기가 없는 듯 했습니다. 목소리도 너무 작아서 한번에 알아들은 적이 없네요.ㅎㅎ;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25일까지만 있을 거라는 사실이 아쉬웠던 모양입니다. 그 아이도 여기 온 지 얼마 안되어 친한 친구가 없는 듯 보였습니다. 얌전하고 조용한 아이라서 다른 명랑 발랄한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도 어려운 듯 했습니다. 자기들한테 관심을 보이는 명랑한 아이들을 제쳐두고 유독 사마야와 친해지고 싶어하는 이유를 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짧은 기간 동안이나마 친하게 지냈으면 합니다.^^
쉬는 시간에 태욱, 영관, 인규는 일단 점심을 다 까먹고 나서 수다를 떨며 놀고 있었습니다. 현동이는 어디 갔냐고 물어보니 모른다고 하더군요. 현동이에게 뉴질랜드 친구가 생긴 것이 아닐까? 했더니 아이들이 ‘에이~ 설마요~~ 그럴리가 없어요~~~’ 라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ㅋㅋ 그래서 확인을 하러 현동이네 반 쪽으로 가고 있었는데 마침 현동이가 오고 있었습니다. 옆에 친구가 한 명 있었구요! 현동이 하는 말이 ‘얘 일본사람이예요’ 하길래 ‘Hi!’하고 인사했더니 그 아이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지 뭡니까.ㅡㅡ 그 아이도 한국아이인데 아마도 조기유학을 온 아이인 것 같습니다. 현동이에게 새 친구가 생긴 것은 맞았지만 뉴질랜드 친구는 아니었다는……ㅎㅎ;
우리 삼총사 연지, 소담, 아현이는 여전히 셋이서 꼭 붙어 다닙니다. 그리고 연지는 여전히 제 카메라를 피합니다. 그래서 연지가 미처 피하기 전에 찍힌 사진이 좀 있습니다.ㅎㅎ 뭔가 엉거주춤한 포즈는 바로 그런 것입니다. 소담이와 아현이만 사진에 있는데 뭔가 화면이 좀 비어 있으면 원래 연지가 있던 자리랍니다.ㅎㅎ; 아이들이 바이킹이라 부르는 둥그런 모양의 그네스러운 놀이기구는 학교에 속한 놀이터가 아닌 그 동네, 우리 식으로 따지자면 주민센터에 속한 것이기 때문에 수업시간에는 갈 수가 없습니다. ESL 수업만 할 때는 자유롭게 갔었는데 정규수업이 시작하고부터는 수업 끝난 후에만 갈 수 있게 되었는데 그나마 화, 목은 바로 activity를 나가기 때문에 안되고 월, 수, 금만 갈 수 있게 되었고, 3시 15분까지 돌아와야 간식을 얻어먹을 수 있으므로 아이들이 수업이 끝나자 마자 그쪽으로 갔더군요.ㅎㅎ 참 노는 것도 계획적으로 노는 아이들입니다.^^
남자 아이들도 그쪽으로 갔다가 그건 못 타고 다른 남자 아이들이 스쿠터(저는 씽씽카라고 하는데…ㅎㅎ)를 타고 묘기를 하는 것을 구경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멋지게 타는 것을 보고 몇몇 아이들도 시도는 해 보았지만 겁이 나서 아예 못 내려가거나 내려가다 넘어지거나 멈추거나 하더라구요. 그러다가 일단 오늘은 포기했는데 아마 얼마 후에는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얘네들이 승부욕이 좀 있잖습니까?ㅎㅎ
대신 현동이가 점프를 멋지게 해서 하늘을 나는 것처럼 사진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앨범 첫 화면에 나오는 사진으로 선정했습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 나름 그 사진 고르느라 매일 고민한답니다.^_^
아이들이 항상 같이 지내면서 이제는 친해지다 못해 뭔가 하극상(?)도 일어나고 서로 신경을 긁는 일이 많아서 제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아예 어린 아이들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예 큰 아이들도 아니어서 사실 아이들을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기들은 서로 억울하다고 난리이지만 사실 전후사정 다 듣고 보면 다들 거기서 거기고, 억울하다고 난리 치는 아이들이 보통 원인 제공자더라구요.ㅎㅎ 아무튼, 형, 오빠, 누나에게 ‘야’ 내지는 이름만 부르지 않기, 서로에게 상처되는 말하지 않기, 이 나라 사람들이 한국말을 모른다고 해서 한국말로 놀리거나 나쁜 말 하지 않기, 선생님들께 예의 바르게 행동하기 정도로 규칙을 정하고 제가 경고하는데도 계속 그러면 이번 주 용돈 안 준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래도 계속 그러면 남은 용돈 고스란히 부모님께 전달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잘 지낼 때는 또 잘 지내다가 정말 말 한마디 때문에 상처받고, 그로 인해 또 상처 주는 말을 하게 되면서 점점 일이 커집니다.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들이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내일은 서바이벌 게임을 하러 갑니다. 아이들이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ㅎㅎ 평화를 사랑하는 저로서는 뭔가 싸우는 게임보다는 자연, 동물, 그림 같은 것들이 더 좋은데, 아이들은 아직 아이들이라 그런지 그런 정적인 것보다는 짜릿한 것을 더 좋아하네요. 아마 다음주에 미술관에 가면 저만 좋아하고 아이들은 지루해하지 않을까… 미리 걱정이 되는군요.ㅎㅎ;
내일은 또한 현유, 연지, 아현이의 반에 들어가 볼 예정입니다. 물론, 현유네 반은 매일 가긴 하지만 일단 계획은 그렇게 잡혀 있습니다. 오늘 고학년 반에 들어갔다 나온 소감으로는, 저는 사실 현유네 반 수업이 더 재밌더라구요.ㅎㅎ 게임도 많이 하고 말이죠. 다른 반은 어떻게 수업을 하나 보고 또 내일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럼, 편안한 밤 되시고, 내일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