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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21] 공립스쿨링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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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솔교사 작성일11-02-21 20:37 조회96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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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진장 뜨거운 날이었습니다. 여기 와서 두 번째로 더웠던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아이들도 많이 뛰어다니지 않더군요. 그래도 여기 저기 다니는데 정말 타는 줄 알았답니다.ㅎㅎ
아이들이 정말 오늘부터는 여기서의 생활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완전히 실감이 나는 것은 아닌데도 이곳 친구들의 얘기와 한국에서 무엇을 할까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답니다.
 
오늘은 인규, 현동, 소담이 반을 참관했습니다.
인규네 반은 수학시간이었는데, 반 전체 아이들을 4 그룹으로 나누어서 수준에 맞는 문제를 푸는 것 같았고, 인규는 그 중에 가장 못하는 아이들을 모아 놓고 선생님께서 따로 지도하시는 그룹으로 부르시더라구요. 어차피 한국 아이들은 여기서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설명하시는 것을 들으라고 일부러 부른 듯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그냥 자기가 풀거든요. 인규가 수학시간마다 일찍 풀어놓고 놀고 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 하신 듯 합니다.ㅎㅎ 나중에 인규가 저에게 얘기를 해줬는데, 그 반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라며 자기에게 준 것을 빠르게 풀었더니 아이들이 모두 놀랐다고 합니다.ㅎㅎ
 
현동이네 반은 스펠링 테스트를 준비하며 외울 단어를 칠판에 적어 놓았더라구요. 숙제도 있습니다. 단어들을 읽어보고 가리고 써보고 맞는지 확인하는 것을 일주일 동안 하고 금요일에 테스트를 한다고 합니다. 영어권 학생들은 정말 생각보다 훨씬 더 스펠링에 약합니다. 여기서 시험 보는 단어들도 어려운 단어들이 아니랍니다. 사진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그 다음에는 교실에서 할 일들을 쭉 적어놓고 자기가 할 것을 지원을 하라고 하더군요. 정말 일자리를 구하는 것처럼, 왜 자기가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선생님을 설득시킬 수 있도록 쓰라고 하더라구요.^^ 소담이네 반에 가야 해서 to Mr. Luton 이라고 쓴 것까지만 보고 나왔습니다.
 
소담이네 반도 교실에서 할 일을 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반은 그냥 거수로 정하더라구요. 두 아이가 앞에 있고, 그 아이들이 손을 든 아이들 중에서 골라서 정하는데, 처음부터 못 봐서 딱히 어떤 기준인지는 알 수 없었답니다.ㅎㅎ; 소담이가 저번에 자기 이름으로 만든 것을 기억하십니까? 완성해서 코팅을 해서 책상에 붙였더라구요^^
 
오늘 점심시간에는 인규가 현유네 반 쪽으로 오더니(점심은 이미 쉬는 시간에 다 먹어서 할 게 없었거든요.ㅎㅎ) 처음엔 저와 이야기를 하다가 그 다음에는 현유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더니(주고 만화 얘기?ㅎㅎ) 나중엔 아예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수다를 떨더라구요. 좀 나가서 놀라고 얘기를 하고 저는 사진을 찍으러 저쪽에 갔다 왔는데 아직도 그러고 있길래 “좀 나가서 놀라고 그랬지!” 그랬더니, ‘귀찮아요’ 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하더군요. 저는 또 다른 곳을 갔다가 종이 쳐서 돌아왔는데 아직도 그러고 있었답니다.ㅎㅎ; 종 쳤으니 너희 반으로 돌아가라고 떠밀어서 겨우 남자아이들의 수다가 종료되었습니다.ㅋ
 
우리의 삼총사는 오늘도 연지를 골려 주고 있었습니다. 구름 사다리에서 ‘언니는 이거 못하잖아’라고 하자 연지가 오기가 생겨서인지 시도를 하더군요. 하지만 겁많은 연지는 너무 불쌍하게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못하겠으면 그냥 똑바로 떨어지면 되는데, 괜히 뭔가를 해보려다가 더 이상하게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오늘도 ESL 시간 전에 바이킹을 타러 갔다 온 듯 한데, 오늘은 정말 너무 더워서 저는 거기까지 갔다 올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답니다. 이 아이들은 정말 지치지도 않는가 봅니다.ㅎㅎ 거기를 갔다 오려면 간식을 포기해야 하는데, 아현이에게 간식을 포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가를 생각한다면 이 아이들의 바이킹 사랑은 정말 대단합니다. 거기다가 왕복 10분이 걸리는 거리에 있다는 점, 그리고 거기 도착했을 때 반드시 비어있지는 않는다는 점, 거기까지 걸어가는 길이 땡볕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웬만큼 좋아하지 않고서는 그렇게 왔다 갔다 하기가 쉽지 않죠.

예슬이는 오늘 뭔가 노란 플라스틱 동물(?)을 저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이건 뭔가 싶어서 뚜껑을 열어보니 글쎄, 비누 방울이었습니다.ㅎㅎ; 예슬이가 가지고 있는 볼펜 중에 비누방울 놀이가 합체되어 있는 것이 있어 이런 것도 있군.. 했었는데 예슬이는 정말로 비누방울 놀이를 좋아하는 것이었습니다.ㅎㅎ 매우 잘 불어지고 비눗물이 많이 들어 있다며 아주 흡족해 하더군요. 나중에 ESL 시간에 태욱이가 몰래 교실에서 불다가 선생님께 여러번 혼나기도 했습니다.ㅎㅎ;

오늘 ESL 수업은 사실상 마지막 수업이라서 쓰는 것은 많이 하지 않고 주말에 어떻게 보냈고 한국에 돌아가는 느낌이 어떤지에 대해서 이야기만 나눴습니다. 제가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잘 못 들었는데, 일단 현동이와 인규는 호스트와 함께 한국 식당에 가서 갈비를 먹었다고 하더라구요! 아까 전에 저보고 자기들 갈비 먹었다고 하길래 그냥 고기 사와서 구워 먹었는데 그게 갈비 같은 거였다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정말 한국 식당에서 먹었다고 합니다. 여기선 많이 비싼데 정말 이 아이들의 호스트는 평소에도 한국 음식 해주고 정말 아이들을 많이 생각해주는 호스트인 것 같습니다.^^
 
아현이는 뭔가 한 것이 굉장히 많은 것 같은데,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을 해서 그런지 영어로 옮기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자꾸 저에게 얘길 하는 거였습니다.ㅎㅎ 뭐, 출장 가셨다가 돌아오신 호스트 아빠와 아이들과 함께 장작을 패고 잔 가지를 모으는 일을 하고 또 함께 크리켓을 했다고 합니다. 그 집 아이들 셋에, 아현이 현유, 그리고 아빠까지 6명이나 되니까 3:3으로 경기를 할 수 있으니 가능했던 거겠죠. 이런 것을 보면 아이들이 많은 집이 정신은 좀 없긴 하지만 조금 부럽긴 합니다.^^
 
발표를 마치고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픽셔너리 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남자 대 여자로 나누어서 했는데, 처음 여자팀은 지영이가 그림을 그렸고 남자팀은 영관이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참 그림으로만 따지면 지영이가 훨씬 더 잘 그렸는데 신기하게도 남자 팀이 이겼습니다. 영관이는 마음은 아주 급한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이상한 그림을 그렸는데도 그걸 맞추는 게 더 신기했답니다.ㅎㅎ
아이들은 게임만 하면 정말 난리가 납니다. 완전 흥분해서는 이성을 잃죠.ㅎㅎ; 옆에 있으면 귀가 따가울 정도랍니다. 이대로 한 두 시간 정도 한다면 진이 다 빠질 것 같습니다.ㅋ
 
오늘은 좀 특별한 것을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맨날 부모님으로부터 편지를 받기만 하고 쓰지는 않아서 부모님께 편지를 쓰라고 했는데 뭘 써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하여 그럼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얘기하라고 하고 녹음을 했습니다. 최대한 있는 그대로 옮겼으니 상상하시면서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우선 지영이, 현유, 태욱이입니다. 되도록 내일까지 모든 아이의 메시지를 담아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영
엄마와 아빠, 우선, 이 편지를 보길 바래. 엄마, 음… 있잖아… 내가 있잖아… 그니까… 내가 문제집을 풀어야 되는데… 맨날 풀어야지 풀어야지 하다가 안 풀은거야. 하하하하하…. 그그그그리고, 맨날 호스트패밀리랑 같이 보내다 보니까 시시시간이 없더라고, 하, 하, 하하하하하하(어색한 웃음 예슬이도 함께ㅎㅎ) 그, 그래도 핸드폰은 풀어주길 바래, 엄마. 사랑한다고~^^ 그, 그리고, 가면 닭갈비 좀 사줘. 닭갈비가 고파.(예슬: 감동적이다!) 웬만하면 지코바치킨도 먹고 싶고 된장찌개도 먹고 싶어…^^
그리고 엄마, 나 돌아가는 날에 하이탑 좀 들고 와줘~
 
현유
엄마엄마, 나 현유야. 나 갈 테니까 처음 갔을 땐 맛있는 거 많이 해줘. 볶음밥 비빔밥 김치 이런거, 한식만 무료로 계속 해줘야 해. 맛있는 거 많이 해줘, 알았지? 그 다음부턴 다이어트 열심히 할테니까. 엄마, 약속, 스키장 꼭 지켜야 돼! 아, 그리고 엄마, 나 용돈 남은 거 어떡할까? 어, 금강이 태어났으니까 그냥 내가 가질께. 금강이 나중에 좋은 것도 사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게. 누나는 오늘도 쉬는 시간에 점심을 다 먹었어. 그리고 오늘 누나가 참 나쁜 짓을 했어. 그 나쁜 짓은 누나한테 들어봐(주: 저도 모릅니다.ㅎㅎ) 그리고 여기에 수학게임이 있는데 내가 마지막 단계까지 다 깼는데 대따 쉬워. 내가 수학 제일 잘해 여기서. 엄마, 잘 계세요.
--> 듣는 사람도 숨찼습니다. 대부분의 단어x2를 해야 실제로 현유가 말한 것과 비슷해집니다.ㅎㅎ
 
태욱
일단 가면 먹고 싶은 것을 사주시고요, 어, 아무거나 매운 거 먹고 싶구요, (지영: 어? 존댓말 쓰네? 너 존댓말 쓰는구나! 존댓말 쓰는구나! 선생님, 저의 촐싹거림도 적어주세요.) 어, 옆에서 크레이지 걸이 촐싹거리고 있네요.ㅎㅎ 어.. 그리고 그냥 식물원 갔으면 좋겠네요. (은미: 너 평소에는 그렇게 까불더니 왜 갑자기 이렇게 진지해졌어?) 원래 가족한테는 진지해요. (지영,은미: 에이~~~~) 뻥인데~!ㅎㅎ 에이, 그냥 이렇게 얘기할래요.(갑자기 목소리가 커지며 흥분하며 특유의 다급한 톤과 몸짓으로) 식물도 키우고 싶고! 밥도 먹고 싶고! 한국 음식 그립고! 어, 어, (지영: 말해! 말하라고!!) 그리고 가면 맛있는 거 먹을 거고!, 식물원 꼭 데려다 주고! 어, 그 다음에 뭐 있지? 어, 학원 종강 언제인지 알아보고 싶고! 그 다음에 뭐지, 일단, 그, 일단(갑자기 차분해지며) 음식점에 예약은 해 놓으세요.(은미: 어느 음식점? 지영: 닭갈비!) 닭갈비 닭갈비(다시 흥분) 그래! 내가 닭갈비 상추랑…(지영: 으~~ 닭갈비 먹고 싶어!) 아… 먹어야 되는데… 단 예약할 시 동원이네랑 같이 해야 됩니다!
 
역시 자기들 먹고 싶은 것만 잔뜩 얘기하네요…ㅋㅋ 이 녀석들, 정말 한국에 돌아가서 뭘 얼마나 먹으려고 그러죠?ㅎㅎ
저도 괜시리 마음이 분주해집니다. 지난 금요일부터 ‘악~! 일주일 밖에 안 남았다!!” 그랬는데 오늘은 “악~! 이제 정말 일주일도 안 남았다!!”로 바뀌었습니다.
아이들도 물론 한국이 그립고 가족과 친구도 보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더 있고 싶은 마음도 큰 것 같습니다. 여기서 사귄 친구들과 이제 좀 친해질 만 하니까 헤어지게 되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Sharon 선생님 보고는 한국에 오라고 난리입니다. (평소에 말이나 좀 잘 듣지…ㅎㅎ)
며칠 안 남았지만, 그래도 그 며칠까지 알차게 보내고 돌아가겠습니다.
그럼 내일 또 뵙겠습니다!

댓글목록

양현유님의 댓글

회원명: 양현유(dan001102) 작성일

선생님.. 아이들 녹음한 것 듣고 받아 적으시느냐 고생하셨죠? 특히, 현유는 말로 빠르고 또 두번씩 반복해서 말하니까 많이 힘드셨을것 같네요.. 그래서 선생님께서 생생하게 현장 분위기를 옮겨 주셔서 그런지 바로 옆에서 현유가 저에게 말을 거는 것 같은 착각이 드네요. 우리 아현이가 간식을 포기했다는 것은 그 만큼 소담이와 예슬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인것 같아요. 아이들이 이렇게 잘 어울려 다니다가 막상 헤어질 것을 생각하니 제가 가슴이 다 먹먹하네요.. 제가 다 이 아이들이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사진과 글도요..